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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시즌 1개, 그리고 영화
시즌 1: 1화 “빙봉빙봉”
출연: 투리
장르: O.C
프로그램 특징: 지조때로

 
오랜만에 편지 올립니다. 소식이 없다고 해서 섭섭하게 여기지 말아 주세요.
이 땅에는 어느 사이엔가 봄이 당도해, 사방마다 색색의 꽃들이 만연합니다. 비록 이 편지를 쓰는 오늘은 너무 이른 시간에 눈을 떠 버려, 자욱한 안개에 걸음을 내딛는 것조차 어려울 지경이지만요. 왕자님께서 머무시는 곳은 어떨는지, 무척 궁금하지만 재촉하지는 않겠습니다. 단지 며칠이었을지언정 아무런 언질도 없이 왕자님을 기다리시게 한 것은 저의 책임이니까요…….
 
 참 이상한 일입니다. 푸릇하게 돋아난 온갖 풀들과 푸르게 갠 하늘이 더없이 맑아, 이것이 푸를 청에 봄 춘을 쓰는 청춘 인가 보구나 생각하게 되면서도…… 제 몸은 쇠약해질 줄만 아네요. 이런 이야기를 전하지 않아야겠다고 몇 번은 다짐했지만 왕자님께 단 하나의 거짓말도 남기고 싶지 않았고, 숨기고 싶지 않은 제 욕심을 부디 눈감아 주시길 바라겠습니다.
 
 식사는 잘 챙겨 드셨을까요. 물론 이제 막 일어나셨을 참 이겠지만…… 그간 제가 안부 한번 묻지 않았던 통에, 괜히 심통을 부리진 않으셨을까 궁금하기도 합니다. 사실 왜 제가 서신을 보내지 않았음에도 덩달아 부재로 답하셨는지도 의아하고요. 별다른 오해가 생긴 것은 아니겠지요. 이를테면 제가 왕자님께 불신을 품었다거나, 혹은 반감 따위의 못난 마음을 먹었다든지 말이에요.
 
 거리가 있으니 아직 왕자님의 나라까지는 봄이 닿지 못했을지 모르겠네요. 가능하다면 전하는 이들을 재촉해서라도 빠르게 왕자님의 답신까지 받아 보고 싶은데 말이지요…….
제가 바라보는 세상은 너무 이르거나 느린 것 같습니다. 왕자님께 보여 드리고 싶은 이 드넓은 초원과 아름다운 꽃밭이, 아직까지도 왕자님께는 그저 얼마간을 기다려야 하는 풍경에 지나지 못한다는 것이 조금 서글프기도 해요. 활력이라곤 없이 축 처진 것은 이 제국에서 저 하나뿐일 듯 하나, 왕자님께서 그 다감한 목소리로 저를 호명하신다면 언제든 일어나 내달리고 싶은 열정만큼은, 떠오를 태양과 비슷한 열기를 지닌다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여기까지만 읽으셔도 제가 왕자님을 배반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으셨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네, 이 몇 줄의 활자로 드릴 말씀은 아니겠지만……, 만개한 꽃들이 무색하게도 저는곧 져 버릴 운명인가 봅니다. 왕자님께 갑작스럽게 비보를 알려 혼란스럽게 할 저의는 아니었다지만, 제가 봐도 저의 행동은 지나치게 무책임하군요. 이에 대한 왕자님의 분노, 어쩌면 설움일 그 감정을…… 저는 감히 짊어지고 싶습니다.
 
 가끔, 아니지요. 시도 때도 없이 요새는 왕자님과 함께 보 냈던 시간들을 추억하게 됩니다.  함께 나누었던 담소라든가, 그때가 달이 막 뜬 밤이었단 것도, 그래서 왕자님의 의복이 평소보다도 아름답게 보였다는 것도……. 때로는 잊고 있던 부분까지도 다시 상기하게 돼요. 이름도 모르던 풀꽃을 유심히 들여다보는 일도 생겼습니다. 왕자님이시라면 아마 고개까지 숙여 가며 꽃을 관찰하곤, 제게 기어코 이름을 알려주셨겠지만……, 슬프게도 이젠 저에게 꽃의 이름이나, 제 이름을 불러 주실 왕자님이 곁에 계시지 않습니다. 오래간만에 드릴 편지인데도 서글픈 내용만 한 가득이라 읽는 데 불편하시진 않을까 걱정스럽네요.
……이 모든 말들을 차치하고서라도, 저는 조만간 훌쩍 떠날 생각입니다. 생이 저를 모욕하듯 고통 속으로 거듭 밀어 넣을지언정, 끝내 왕자님을 뵙지도 못하고 영영 작별하게 되는 일은 심각한 결례라고 생각하니 말이에요. 마지막으로 편지를 나눌 때 근래 독서를 즐기신다 말씀해 주셨지요. 지금 은 완독하셨을지도 모르겠지만, 늦게나마 소소한 선물을 함께 동봉해 드립니다. 걸을 수 있는 곳까지만 서성거리며 꺾 어 모은 꽃들이에요. 말려 두니 제법 보기에 좋아 책갈피로 쓰실 수 있도록 다듬어 보았습니다.
 
 며칠이면 이 편지도, 저도 왕자님이 계신 곳에 도착할 터지요. ……네,  송구스럽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갑작스럽게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굳이 걸음하지 마시라고 느즈막하게 보낸 서신이니 여유가 있으시다면, 그저 차를 한잔 마실 수 있는 시간을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왕자님께 더 드릴 수 있는 말씀은 많지 않으나…… 지금이 아니라면, 왕자님은 저에게 다시 도래하지 않을 계절일지 모를 테니. 그립습니다. 건강히 지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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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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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로는  뜻풀이가 이어집니다.


 

 
 
 
 

1. 정의


정의는 균형이 맞추어진 천칭처럼 ‘정당’하거나 ‘응당’한 상황, 혹은 일에 대해 설명합니다. 즉 평등해야 하는 상황을 위해 존재하는 정의라고 볼 수 있겠죠. 하지만 역방향일 때는오히려 그렇지 못하다…… 는 의미를 가지게 됩니다. 네스토르가 ‘봄이 왔다’고 서술하는 부분에서 ‘푸를 청에 봄 춘을 쓰는 청춘이구나 생각하면서도 / 내 몸 곧 져 버릴 것처럼 쇠약해다’는 마음을 드러낼 때 차용했습니다. 봄이 찾아와 화려하게 만발한 꽃들은 이제 막 깨어난 참이지만, 네스토르는 다가온 죽음이란 운명 앞에 시들어 가고 있는 셈이죠.
 
 
 
 

2. 완드 나이트


네스토르가 제운에게 ‘그간 편지를 쓰지 않았다’고 서술하는 문장에 이어지는 부분, ‘그렇다고 해서 내가 왕자님을 배신다거나 미워한다 생각하지 말아 달라’는 점에서 차용했습니다. 완드 나이트 카드는 기본적으로 열정과 열의라는 의미를 가지기 때문에, 네스토르의 몸이 약해져 있기 때문에 편지를 쓰지 못했을 뿐이지…… 그와 무관하게 자신이 제운에게 가진 흠모의 감정은 여전히 깊다는 것을 알리려 한다! 는 점을 함의했어요.
 
 

3. 교황


편지에서 전체적으로 드러나는 분위기를 위해 기반처럼 사용한 카드입니다. 정방향일 때는 자애롭고 부드러운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카드이나, 역방향일 때는 다소 비관적이며 광적인 면모가 드러나요.
그렇기에 제운을 향한 애착 이상으로 약한 집착을 보이기 시작하는 네스토르가, 감정을 절제하기 어려워 한다……(그럼에도 나름대로 노력해 선한 이미지를 유지하고자 한다)는 뉘앙스를 보일 수 있게끔 서술했습니다.
 
 
 

4.


힘 카드는 외부로 나아가는 힘과 내면에 존재하는 힘을 ‘다룰 수 있는’ 또 다른 힘에 대해 설명합니다. 하지만 이 또한 역방향으로 나타났으며, 역방향의 힘 카드는 오히려 ‘압도당하는’ 인상으로 드러나게 됩니다. 제운과 함께일 때의 네스토르는
제운의 도움을 통해 흑마법으로부터 비롯되는 죽음에서 조금씩 멀어질 수 있었으나, 이제는 제운이 없는 시간 속에서 속절없이 삶의 끝과 마주해야 한다…… 는 점을 연상하게 했기에, 3번의 교황 카드와 마찬가지로 기반을 다질 때 참고한 카드였어요.
 
 

5. 소드


소드 킹은 이성적이면서도 냉담한 이미지를 가지는 카드입니다. 동시에 킹이라는 계급이 붙어 권위적이면서도 강한 추진력을 내포하기도 하죠. 네스토르는 자신이 곧 죽게 될지 모른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면서도 ‘순순히 삶을 포기하겠다’는 생각을 가지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자신을 이런 절망에 가둔 생을 암묵적으로 비난하는 듯 한 태도를 가지고 있지요. 그런 내면을 묘사할 때 곁들이듯 활용하게 되었습니다.
 
 

6. 완드 페이지


완드는 앞서 언급해 드린 것처럼 열정의 의미를 가지고, 페이지는 호기심 많은 아이처럼 천진난만하게 도전을 결심하는훈련병과도 같은 이미지입니다. 네스토르가 평소 무기력함을 느끼거나, 병증으로 인해 멀리 나가지 못하면서도 제운과 관련된 일이라면 얼마든지 힘을 내 보겠다, 는 듯 자신이 제운에게 품은 애정을 드러내고, 또 증명받고 싶다는 듯 말하는 구절마다 ‘다소 충동적인 발언이면서도 열의가 가득할 것 같다’는 생각에 완드 페이지를 참고하게 됐어요.
 
 
 
 
 

7.


마지막으로 별 카드는 희망이라는 뜻을 가집니다. 결과를 확신할 수는 없지만,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낙관적인 전망을 기대해 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설명하죠. 네스토르는 결국 편지를 마무리하며 제운을 ‘찾아 가겠다’고 결심합니다. 그리움을 이기지 못한 선택이었지만, 결국 네스토르를 죽음으로부터 활로를 모색하게끔 도울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제운이기에…… 별 카드에 가장 적당한 상황이라 판단했어요. 네스토르는  ‘죽기 전 마지막으로 얼굴을 보고 싶다’는 의미에서 서술한 것이지만, 어쩌면 차를 나누어 마시는 그 짧은 순간에도 제운이 네스토르에게 살아남을 수 있는 희망을 심어 줄 수 있을지 모를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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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 없음 사계의 끝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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