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의 끝에서0529분
오랜만에 편지 올립니다. 소식이 없다고 해서 섭섭하게 여기지 말아 주세요. 이 땅에는 어느 사이엔가 봄이 당도해, 사방마다 색색의 꽃들이 만연합니다. 비록 이 편지를 쓰는 오늘은 너무 이른 시간에 눈을 떠 버려, 자욱한 안개에 걸음을 내딛는 것조차 어려울 지경이지만요. 왕자님께서 머무시는 곳은 어떨는지, 무척 궁금하지만 재촉하지는 않겠습니다. 단지 며칠이었을지언정 아무런 언질도 없이 왕자님을 기다리시게 한 것은 저의 책임이니까요……. 참 이상한 일입니다. 푸릇하게 돋아난 온갖 풀들과 푸르게 갠 하늘이 더없이 맑아, 이것이 푸를 청에 봄 춘을 쓰는 청춘 인가 보구나 생각하게 되면서도…… 제 몸은 쇠약해질 줄만 아네요. 이런 이야기를 전하지 않아야겠다고 몇 번은 다짐했지만 왕자님께 단 하나의 거짓말도 남기고..